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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혜의 글

차를 마시며/ 법정스님의 시

차를 마시며/ 법정스님


한 잔 마시니 목구멍과 입술이 촉촉해지고

두 잔을 마시니 외롭고 울적함이 사라지며

석 잔을 마시니 가슴이 열려 5천 권의 문자로 그득하고

넉 잔을 마시니 가벼운 땀이 나서 못마땅했던 일들이 죄다 땀구멍으로 흩어지네

다섯 잔을 마시니 살과 뼈 맑아지고

여섯 잔을 마시니 신선과 통하게 되네

일곱 잔을 차마 마실 수 없네

양 겨드랑이에서 솔솔 맑은 바람이 일어나니 봉래산이 어드멘고

나는 이 맑은 바람 타고 훨훨 그곳으로 돌아가고자 하노라


기묘년(1999)초하루 법정이 월정다인에게